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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각 밤 12시 30분.
수현이는 잠투정을 하며 울다 잠이 들었다. 조금 달래주다가 내려두니 바로 울기 시작. 그래도 시간을 재며 조금 지켜보았다. 5분쯤이 지나자 스스로 울음을 그치고 손가락을 조금 빨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달래면서 잠을 재우고 있음에 분명하다.
아이의 잠투정. 이것을 받아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는듯하다. 계속 달래면서 재울 것이냐, 아니면 울면서 스스로 잠들기를 기다릴 것이냐. 나도 고민이 참 많다. 지금조차도. 계속 달래자니 아이를 케어해야하는 부모인 우리들이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울면서 스스로 잠들기를 기다리자니 지켜보는 마음이 너무나도 힘들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을 것이냐. 논문을 찾아봐야하나. 그런 연구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이 아이 발달이나 정서 건강에 더 좋을 것인지. 그럼 마음 편하게 그쪽으로 따라갈텐데. 울지 않도록 달래면서 기르자니... 스스로 감정 컨트롤하는 법을 못 익힐 것 같고. 그렇다고 울도록 놔두자니 아이 정신건강이 걱정되고. 그러면서도 아직 46일 밖에 안된 아이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다시 달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아무튼 복잡한 문제다.
이런 잠투정을 어떻게 해줘야겠다는 고민은 사실 모유수유에서 시작되었다.
엊그제만해도 아내는 수현이를 거의 매시간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1시간마다 한 2~30분씩. 수유쿠션에 올리면 1분 빨다가 잠들고. 잠든 아이를 계속 깨워가며 억지로 먹이다가 재우면 30분만에 다시 일어나서 울고. 이런 걸 반복하다 계속 모유수유로 더 이상 모유가 안 나오고 지칠때 가끔 분유로 보충하고. 아이도 힘들고 엄마도 힘든 날들이었다. 물론 모유가 부족한가 싶어, 수유자세도 볼겸, 맘스리베(또는 오케타니) 마사지를 받으러도 다녔지만 그때뿐이었던 것 같다. 물론 효과가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너무 비싼건 사실이다. (1회에 8만원...)
그러다가 수현이를 낳았던 시x여성병원에 모유수유 상담실장인 곽 선생님을 떠올리고 상담 예약을 했고, 아내가 다녀왔다. 그 이야기를 조금 공유해보려고 한다. (전국의 어머니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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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선생님은...
바로 이분. (사진이 좀 못나왔네요. 위 사진보다 훨씬 따뜻하게 보이세요~!)
지난 9월 수현이가 태어나기전 병원에서 받았던 수유 교육 중입니다. 이때도 사실 곽선생님이 강의를 하셨었어요. 아내가 앞에 나가서 자세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에요.
(아내 다리가 굵은게 아닙니다! 부은거에욧! 임신하면 그렇게 부을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이의 양볼이 모두 유방에 닿아있는 적절한 예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선생님.
아무튼, 이렇게 곽윤철 선생님에게 모유수유 상담을 하러 갔습니다. 아내로부터 상황을 요약받아 간략히 적어봅니다.
- 아내가 병원에 도착해서, 자는 수현이 깨우기 위해 눕혔습니다. 바로 칭얼대기 시작.
- 마지막으로 언제 먹었는지 물어보시길래, 1시쯤 수유했다고 하면서 이제 먹을 때쯤 되었다고 말씀드림.
- 하지만 선생님은 수현이 칭얼대는 것을 보시고 "얘 먹고 싶어 하는거 아닌데요, 잠 오는 것 같아요"
- "아이 잠투정은 부모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아주는 것이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잠투정하면서 울때, 특히 넘어가면서 울때, 부모가 그것을 보고 기다려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 "중요한 것은 왜 우는지를 잘 보아야한다. 배고파서 우는 것인지, 졸려서 우는 것인지. 눈감고 울면 졸려서 우는 것이다. 손을 빠는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 아이들은 대략 15분 정도 울다 그친다고 함. 이럴 때는, 울다가 눈을 뜰 때는 옆에서 말을 해주면서 토닥이거나 안아준다. 안아주었는데 버틸때는 내려놓는다. 1시간까지 우는 애들도 있다.
- 이런 방법으로 수현이의 잠투정을 그냥 놔두고 지켜보았더니 16분만에 스스로 잠이 들었음.
- "이것은 우는 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괜찮을때 이렇게 하는 것인데, 지켜보기가 고통스럽고 못 참겠으면 안아주고 달래주면 된다."
- 자다가 놀라서 깼을 때 만지면서 토닥여주지 말자.
- 아이와 대화하거나 칭찬해줄 때는 아이가 바라볼때 하자. 바라보지 않을때는 칭찬하거나 대화를 하려고 하지 말자. 칭찬은 구체적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 수유: 뭉쳐있는 부분이 있거나 유두가 검어지는 부분이 있으면, 아이의 양볼이 잘 닿는지 볼 것.
- 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은 아이가 제대로 먹는 것인지 확인이 안되니, 잘 안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사실 모유수유 고민 때문에 갔었던 것이었는데, 알고보니 잠투정에 관한 상담이 되어버렸습니다.
모유수유는 사실 잘 되고 있었던 것. 문제는 아이의 잠투정을 배고픔으로 잘못 알아들은 우리에게 있었다. 결국 수현이는 원래 먹으면 되는 적정량보다 훨씬 많이 모유를 먹고 있었던거에요. 그러니 몸무게가 더 많이 늘 수 밖에... 태어날때 4.3kg인데, 45일째에 6.5kg입니다....
모유수유 자세에 있어서도, 맘스베베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실장님이 알려주신 모유수유 방법으로 아이에게 유두와 유방을 어떻게 물리는지를 배워서 그렇게 힘들게 아이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는데, 사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던 거였어요. 그런 방법은 정말 신생아나, 정말 잘 못먹는 아이에게 해당하는 방법인데, 알고보니 수현이는 스스로도 잘 찾아서 모유를 먹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맨날 유방을 이렇게 저렇게 잡아서 수현이 입에 넣어줬는데, 병원에서 배고플 때 수현이 앞에 유두를 가져다주니 스스로 찾아서 적당히 물고 먹는거에요! 이런걸 몰라서 그렇게 먹이고 있었다니.
결론적으로,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았던 수현이에게 유방을 잡아서 억지로 입에 넣고 먹으라고 했던 것이었죠. 무슨 푸아그라 만드는 거위도 아니고...
그러니까 몇 번 빨다가 매번 잠드는 것이었지. 그런데도 우리는 일어나라며 귓볼이나 발을 만져주면서 일어나서 먹으라고 강요하다니... 미안하다 ㅠ_ㅠ
요약하자면,
- 아이가 울고 칭얼댄다고 모유를 주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말자. 수현이는 배가 고픈것이 아니라 단지 잠투정일뿐이었다.- 다녀와보고 자세히 보니, 아이가 배가고픈건지 졸린건지를 구분할 수 있다. 아이를 자세히 관찰하자.- 아이와 의사소통하려고 해보자.- 아이가 울면, 어디 아픈지 확인, 기저귀 확인, 배가 고픈지 확인하고, 이것들이 아니라 잠투정이면 놔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님)
그리고 모유수유로 고민이신 분들은 곽윤철 선생님 블로그와 여성병원 카페를 참고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참고로 병원에서 분만하신 분은 모유수유 상담이 2만원, 아니신 분은 3만원입니다. 예약을 하시면 되요. 가능한 시간은 월~목 오후 1시~5시인가(시간은 정확하진 않습니다)입니다.
- 곽 선생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kyc1671 --> 정독 강추
이렇게 정리를 해두었지만, 사실 아이마다 다를 것임에 분명하므로, 결국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잘 이해하려고 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곽윤철 선생님께 상담을 받고와서는 수현이가 참 잘 먹습니다.
상담 받기 전후의 모유수유표를 보여드릴게요.
수유테이블 템플릿은 아래 다운 받으세요
수현이가 이렇게 15분정도 푹 먹고난 후에는...
이렇게 만세를 부르며 뻗어자게 됩니다 ㅎㅎ 심지어는,
기분이 좋은지 이렇게 웃기까지 .. ㅋㅋ 저렇게 좋을까. 우리도 좋다! 아들 수현아 미안했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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