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20세기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있습니다. 환경과의 조화로운 건축을 설계한 걸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일본에 방문했다가, 일본에서 한국 스타일 집을 가보고 '아궁이 온돌'에 영감을 받아서, 미국으로 돌아온 후 보일러 방식의 온돌을 채용한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현대화된 보일러식 온돌을 이 사람이 만들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현재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도 라이트가 디자인을 했고, 층 사이의 계산을 없애는 과감한 설계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1922년에 완동된 도쿄의 제국호텔. 최고의 지진 방지 기술을 도입했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답니다. 그런데 다음 해에 도쿄에 터진 관동대지진. 도쿄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지만, 멀쩡히 살아남은 제국호텔...
미국 전역에 이 사람의 건축물이 있습니다. 서부 끝자락의 오레곤주에서부터 시카고, 뉴욕까지, 엄청난 수의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시공까지 했었죠. 그런데 그 사람이 개인을 위해 설계했던 집 하나가 바로 West Lafayette에 있습니다! 그것도 그 당시 주인이 아직도 살고 있으면서, 개방을 해서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Samara House라는 이름의 집인데요, 퍼듀 캠퍼스와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캠퍼스 안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요.
Samara란: 날개열매, 씨방의 벽이 늘어나 날개 모양으로 달려 있는 열매. 2개의 심피로 되어 있으며 종선에 따라 갈라지는 것과 날개만 달려 있는 것이 있음. 열매껍질이 얇은 막처럼 툭 튀어 나와 날개 모양이 되면서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열매(예: 단풍나무, 느릅나무, 물푸레나무)
오늘 그 곳을 방문하고 왔습니다. 1956년에 완성된 이 집은 정말 환상적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고, 나도 나중에 이런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집 완성 당시의 주인은 퍼듀대학교의 교수부부였던 Mr & Mrs Christian입니다.
그 당시 젊었던 Mr & Mrs Christian 부부는 자신들만의 집을 갖길 원했고, 우연히 뉴욕을 방문했다가, 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건축물에 감명 받아서 그에게 맡기길 원했다고 해요. 문제는 그가 너무 바빴던 것인데, 그 부부가 사무소에 전화를 했을 때, 정말로 운이 좋게도 비서들이 아닌 Wright가 받았고, 그가 흔쾌히 수락하여 이 작은 도시 West Lafayette까지 그를 모셔왔습니다. Wright가 85세가 넘었을 무렵에 설계하였는데, 아마도 그의 모든 노하우들이 녹아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집이 완성된지 3년 후 Wright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거실입니다. 들어서는 순간 '아 예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큐레이터 Linda. 오늘 이 집 곳곳에 대해서 디자인, 역사들을 소개해줬습니다.
큐레이터가 보여주었는데, 그 날개열매의 씨앗을 던지면 헬리콥터처럼 돌면서 천천히 내려옵니다. 그 samara의 모양이 집 곳곳에 디자인 되어있어요.
설명을 해주고 있는 큐레이터.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이 집은 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집 중에서 아직도 그 당시의 주인이 살고 있는 (아마도 거의) 유일한 집인데, 그래서 그 당시의 디자인과 가구 배치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집 주인은 퍼듀 교수님으로 지금은 96살이시랍니다. 오늘도 방에서 쉬고 계시는 중이라는...
가구들 모두가 그 55년전 완성되었을 당시의 것이라고 합니다. 관리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창문들 앞으로 책장이 있는데, 수평선을 컨셉으로 거실을 한바퀴 쭉 돌면서 수평선을 볼 수 있어요.
퍼듀 교수님 부부가 집 설계를 Wright에게 맡기면서, Wright가 what you need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사모님 되시는 교수님이 필요한 것들을 조목조목해서 26페이지 논문을 만들어 전달했다는... 이 거실에 50명이 모여서 세미나 같은 것을 할 수 있길 원했고, 실제로 여기에서 노벨상 수상자 3명이 그 동안 talk을 했다고 합니다.
거실 카펫에 들어있는 Samara 무늬.
창문 앞에 과감히 책장을 놓아서 거실 전체에 수평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해요. 볼때마다 저 소파들이 55년 전의 것이라니...
조명 하나에도 수평선 컨셉이 들어있습니다.
거실 바로 밖에는 테라스가 있는데, 입구가 두 군데입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여기서 톡을 했을 때, 밖에서 있으면 학생들이 한쪽 문으로 줄서서 들어와서 악수를 하고 다른 문으로 나갔다는...
왼쪽 아래 마리오네뜨 인형은 Frank Lloyd Wright를 본딴 것으로 이 집을 만들 당시 그는 85살이 넘었을 때죠. 1958년에 완성되었을 때, 앞으로 이 집에 TV를 세대 놓을 것을 생각해서 설계를 했고, 그 중 하나가 거실에 있는 저 티비입니다. 앞을 내다보는게 남달랐던듯 싶어요. 그 당시에는 TV가 보급되기는 커녕 전체 채널이 3개뿐이었다는데, 앞으로 한 집에 무려 3대의 TV가 있을걸 예상했으니까요.
저 TV는 평소엔 보이지 않다가 리모콘으로 동작시켜서 위로 올라오면 보이게 되어있어요. 50년 전에도 이런 것을 디자인했다는게 정말...
식사를 하는 장소. 높이가 6'8이라고 했던가. 낮은 편입니다. 저 의자에도 삼각형처럼 되어 있는 디자인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삼각형이 아니고 오각형이에요. 그리고 뒷면의 디테일도 정말 대단!
분위기 있는 식탁.
식탁 옆의 부엌입니다. 전부 집이 완성될 때 그대로에요.
원목 느낌의 문이 달린 냉장고도 보이고, 저 끝 흰색은 냉동고입니다. 지금은 냉동고가 고장났다네요.
게스트룸의 책상. 게스트룸도 진짜 인상적이었습니다. 넓은 창문, 책상, 침대, 그리고 좁지만 있을건 다 있었던 화장실 및 욕실. 사진을 못 찍은게 아쉽네요.
게스트룸의 침대.
의자 하나하나에도 디테일이 대단합니다.
정원 벤치도 Samara 무늬로 되어있습니다.
나중에 위대한 건축가를 만나서 우리 가족이 살 집을 부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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